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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영화와 각본

by luna-crescent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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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어질 결심이 시작되기까지

* 해당 포스트는 영화의 내용이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구소산 추락 사건의 담당이 된 형사 해준(박해일)과 

추락한 사람의 아내 서래(탕웨이)가 만나면서 의심과 관심, 두 가지의 감정을 느끼며 전개되는 이야기다. 
새벽부터 구소산 추락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해준과 수완, 

아침이 되자 직접 밧줄에 매달려 정상으로 올라간다. 왜 직접 올라가냐는 말에 

'죽은 사람이 간 길이고, 우린 경찰이니까' 라며 묵묵히 올라가는 해준. 

시체 검안실에서 사망자의 젊은 아내 송서래를 마주하게 된다. 다음 취조실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추락한 모습에 대해 말씀과 사진 중 사진을 직접 보는 것을 선택한 서래와 사건 당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죽은 남편을 보고도 담담해 보이는 서래를 보며 의심하는 수완과는 다르게 해준은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다'

라고 서래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낮에는 서래의 일터, 밤에는 서래의 집 안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며 서래를 지켜보는 해준.
서래는 자신을 감시하는 해준에게 관심을 보이며 오히려 해준이 범인을 잡기 위해 

현장에 나갈 때 직접 따라는 모습을 보인다. 
여러 조사를 통해 나온 증거들로 알리바이가 확인된 서래는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게 되고, 사건은 종결된다. 그 이후부터 해준과 서래, 두 사람은 더 가까워진다. 
어느 날, 서래가 간병해줘야 하는 할머니를 대신 간병하게 된 해준.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해준의 붕괴와 서래의 헤어질 결심이 시작된다. 

 

2. 헤어질 결심 각본과 영화 비교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은 영화만큼의 관심을 받았다. 각본을 보며 영화와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와 각본 각각의 특징과 매력을 즐길 수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부터 영화와 각본은 다르다. 각본에서는 추락한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모습부터 시작된다면, 

영화는 형사들이 사격장에서 사격 연습을 끝내고 나오는 모습부터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해준의 업무와 일상 생활을 보여주다가,

타이틀이 나오고 사라지면서 추락 사건 현장으로 이동한다.

각본은 본론부터 표현하고, 영화는 서론부터 보여주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글과 영상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각본에서는 대사와 상황 설명,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행동을 글로 표현하고 지시한다.

영상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부분까지 설명해줄 수 있고,

표현하는 것의 의미와 인물들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장면 묘사를 상세히 풀어내기 때문에, 천천히 이해하며 읽어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생략된 부분까지도 알게 되어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한다. 
각본을 바탕으로 연출된 공간, 배경 음악, 배우들의 연기가 섞인 영상은

글 자체로는 느끼기 어려운 풍부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서래와 해준의 첫 만남, 마주 보고 앉아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은 배우들의 표정과 숨소리, 미묘하게 느껴지는 감정 등으로 인해 더욱 분위기에 몰입하게 한다.
또한 각본을 보며 상상했던 장면들이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확인하고 상상했던 것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각본에 쓰인 대사를 배우는 어떻게 표현하고, 다르게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헤어질결심 포스터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포스터

 

3. 청록색으로 표현된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영화 속에서 청록색이 계속 등장한다. 자연의 산과 바다, 서래의 집과 옷 등에서 청록이 표현된다.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기자 회견장 인터뷰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은 청록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바다나 산을 볼 때, 파랗게도 보이고 녹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청록으로, 규정되지 않고 헷갈리는 사람의 면을 시각화하고 싶었다고 한다. 
서래의 청록색 원피스가 그 중 하나다. 해준의 아내 정안과 서래를 본 목격자들은 파란색으로 봤던 옷을 해준은 초록색으로 본다. 보는 사람에 따라 파란색 같기도 하고, 초록색 같기도 한 청록색 원피스는 서래의 여러 면을 표현한 것일까. 

서래의 집 벽지에도 표현된 청록색은 류성희 미술감독이 헤어질 결심의 키워드, 산과 바다, 파도, 목소리를 상징화한 것이다. 산의 능선 같기도 하고, 파도가 흐르는 듯한 벽지의 색감도 청록의 푸르고 초록의 느낌을 주고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소인 산, 이야기가 끝나는 장소인 바다,
서래가 말하는 산과 바다를 의미하는 산해경, 바닷속 해파리가 되어 잘 자는 법
모두가 산과 바다의 청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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