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글로리 - 복수할 그날만을 바라보며
2022년 어느 날
온몸에 길쭉한 화상자국을 가지고 있는 동은은 벽에 사진을 붙이고 있다.
연진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듯하다.
놀이터 철봉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동은.
아이에게 연진의 딸이지 않냐며 아는 척을 하고,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증오의 의미가 무엇이냐 물어보는 아이에게는 동화같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증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까.
2004년으로 돌아가 고등학생 때부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찰서에서 얼굴에 상처 가득한 채 겁에 질려 있는 여학생과 멀쩡한 얼굴의 남학생이 마주 앉아 있다. 급하게 나타난 선생님은 친구들끼리 장난친 거 가지고 신고를 왜 하냐며 다친 여학생에게 오히려 화를 낸다. 반대편의 남학생에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 여학생은 바로 문동은.
박연진 패거리가 동은을 상상 그 이상으로 괴롭힌다. 경찰서에 신고해도 소용없다며 더 심하게 괴롭힌다. 고데기 열체크를 하겠다면서 팔과 어깨에 전체적으로 고데기 자국을 남긴다. 고문이상의 괴롭힘을 행하며 아무런 죄책감조차 보이지 않는다. 온몸에 화상자국이 난 동은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한다. 아주 추운 겨울 눈 쌓인 곳에서 간지러움과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옷을 벗고 눈 위에서 몸을 식힌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은 화상자국을 가려운 듯 긁으며 끔찍하게 괴로웠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연진 패거리 안에서도 상하관계가 보이는데, 연진과 재준, 사라는 돈 많은 집 자제들이다. 그들과 함께 있는 혜정과 명오는 그들의 하수인처럼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상하관계를 유지한다. 친구로 인정조차 못 받으면서도 계속 옆에 붙어있는다.
힘없고 백 없는 미혼모인 엄마에게 합의금을 주고 동은을 강제 자퇴시키는 가해자의 부모. 동은의 엄마는 그 돈을 갖고 동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다. 엄마에게 버려진 동은은 공장으로 가서 기숙생활을 하며 홀로 살아간다. 공장일을 하면서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동은.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지나간다.
어느 날 학교 체육관, 연진 패거리는 여전히 또 다른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다. 그때 동은이 나타나서는 연진에게 꿈이 있냐고 묻는다. 연진은 코웃음 치며 자신에겐 꿈이 필요 없다고 하며, 너희들처럼 돈 없는 애들에게나 필요한 것이 꿈이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일 뿐이라 한다. 그런 연진에게 동은은 연진이 네가 꿈이라 한다. 그러면서 독기 있는 표정으로 웃는다. 연진에게 복수를 예고하는 걸까.
독하게 버티며 검정고기와 수능을 잘 마친 동은은 교육대학교로 간다.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해서 연진 패거리의 근황을 살펴보는 동은에게는 오로지 복수심만 남아 있는 듯하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 동은은 점점 연진 패거리의 주변으로 다가가며 모습을 보인다.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반평생을 준비해온 복수를 실행할 동은이다.
병원에서 마주친 인연으로 바둑을 함께 두게 된 여정과 동은. 처음 바둑 수업을 시작하는 날, 여정은 바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바둑은 집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에요. 끝에서부터 가운데로, 자기 집을 잘 지으면서 남의 집을 부서면서, 서서히 조여들어와요.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동은은 그런 바둑을 마음에 들어 한다. 바둑처럼 복수도 천천히 조여들어가며 행해질 것인가.
2. 학교 폭력의 잔인함
학교에서 숨어있는 어두운 이면은 오래전부터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21세기인 지금조차도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이다. 오히려 더욱 발전된 형태로 괴롭힘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지능적이기까지 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폭력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잔인한 장면들이 과연 실제에도 있을까 싶지만, 오히려 실제는 더욱 잔인하고 끔찍한 행태가 일어나는 것이 상상도 못 할 정도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제지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실상이,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학교에서조차도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숨기기에만 급급하여 가해자의 편에 선다. 오히려 피해자만 바보가 되는 세상, 더 이상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으면 싶지만, 그렇다고 가해자와 똑같은 인간이 되라고 할 수도 없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되면서 세상에 공개되는 폭력들이 많아지면서 문제의식도 생기고 있어서일까.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예전에 비해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에 빠르게 노출된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어떻게 주어야 할까. 꼭 학교 폭력이 아니더라도, 촉법소년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그런 일들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처벌을 하고, 억지로 강제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천성적으로 성향이 악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 것이 인간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고 해도 부모와 주변인들로 인해 인성이 좋지 못한 경우도 있고, 좋지 못한 환경에서 악해질 수밖에 없었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어렵지만, 꼭 풀어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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